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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Life

찹쌀 도너츠 - 불편한 감정에 대하여,

<찹쌀 도너츠> 불편한 감정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sJSfam 입니다.

오늘은 문득 요 며칠 겪은 조금은 유치한 '불편함'의 감정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반말체로 글을 쓸 예정이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나는 상당한 불편한 감정을 겪는 이틀을 보냈다. 

사실 이 느린 나라에 와서 처음부터 불편한 감정은 줄곧 이어져 왔다. 

뭐든 한 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고,

하루를 넘기거나 몇 주 혹은 몇 달까지도 처리되지 않는 일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불편함에 대해서는 이제는 이골이 날만큼 났지만, 아직도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빨리빨리'의 한국인의 습성이 빠른 한국의 성장을 가져왔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진다. 

한국인으로 40년 가까이 살면서 어딜 가든 그 오랫동안 몸과 입에 배어온 '빨리빨리'는 쉬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가끔 지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때를 벗어야 해. 그래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어.'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의미인지 살아보니 알 것 같았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일이 처리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가끔 화는 나지만, 그렇게 민감할 사안도 아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일, 

약속한 일을 약속한 시간에 제대로 마치지 못해 일어나는 일, 

그리고, 이렇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표현하는 방법.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일상 다반사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감정을 느낄만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주부터 아이들의 학교가 개학을 했고, 

시간을 계속해서 조정해야 하는 조금 타이트한 한 주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스케줄을 맞춰야 했고, 개인적으로 나름 바쁜 일들이 생겼다.

사실, 코로나가 아직 완전한 안정세의 상황이 아닌데, 아이들을 학교에 일주일에 2-3번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사립의 경우 옵션이 있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리가 잘 이루어지는데,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국립의 경우에는 옵션이 큰 질병을 가졌기 때문에 온라인 혹은 홈워크 북을 받아서 집에서 활동하는 경우와 그 외에는 오프라인은 로 출석해야 하는 경우로 나누어졌기 때문에 옵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료는 수업료대로 지불하고, 결국 내년에는 유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바쁜 일정 속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문서를 전달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1주일의 시간 동안 시간의 말미를 두고, 약속된 문서를 받기로 했고, 상대방은 하루 전날 너무 바쁜 상황에 쫓기고 있어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연거푸 했고, 나는 그저 기다려야 했다. 

그냥 나는 워낙 그런 불편함에도 큰 쓴소리 안 하는 타입이고 큰일 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약속된 시간 10분 전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전산의 오류로 나는 얻지 못했다. 

전산의 오류인걸 알면서도 1주일 하고도 10분 전까지 기다렸던 나는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사과 조차 얻지 못했다. 

이것은 이틀 중 첫날 내가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었다.

그저 쓴소리 하지도 못한 채 겪었던 불편한 감정. 

 

해외에 나와서 살게 된 후로는 이 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고,

만들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한국 간식들이 이따금씩 그립다.

가장 그리운 건 한국의 길거리 간식이다.

뭐 안 먹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가끔 누군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어디에서 크게 한판 벌어지는 한인 모임 등 바자회라도 한다 치면 여지없이 달려가 먹부림 사치를 하곤 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결과물이 어떻든 내 입에 맞게 만들어 먹으면 된다지만,

재료 공수를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귀차니즘과 여러 가지 준비로 분주한게 싫어서 미루고 미루게 된다.

결국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핫도그, 붕어빵 등 한국 간식을 만들어 먹고, 그저 기억했던 그 맛이 맞다는 생각에 서로 배 두드리며 추억을 곱씹고 뿌듯해하는 아주 단순한 일상이다. 

이번에 한인 중에 한국 간식을 만들어 판다는 소식을 접하고, 찐빵, 고기만두, 찹쌀도너츠를 주문을 했다.

누군가가 만들어서 판매를 한다니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사실, 누군가 떡이나 한국 간식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소식에도 여러 번 고심 끝에 5 식구 두당 2개씩이라도 먹을까 싶어서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 심리가 이상한 게 생각이 없다가도 , 소식이 들리고 여러 사람이 주문하는 현장(단체 카톡)을 목격이라도 할 때면 내 마음도 갈팡질팡하게 된다. 

'사? 말어? 주문해? 말어? '

마치 홈쇼핑에서

"지금  5분 남았어요! 곧 매진 임박할 것 같습니다!"라고 외칠 때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 듯하다.   

'꼭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라는 생각에 먹는 것에 쓰는 것도 가끔은 사치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간식에 '충동구매'라는 말을 붙일 만큼.. 

고작 만두, 찐빵, 도너츠에 사치를 느낀다?라고 어이없어 할 수 도 있겠지만,

그저 타지에 살면서 이것저것 섞인 생각이 만든 지출에 대한 내 안의 생각들이다. 

약속 날짜가 되었고, 받으러 가기 1시간 전 주문한 찐빵, 고기만두, 찹쌀도너츠 중에 당일 반죽이 준비되지 않아서 찹쌀도너츠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과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날 준비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럴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별일 아니었는 이 날은 너무 정신없고 바쁜 하루였기에 좀 많이 예민해 있었다. 

이곳은 한번 나가려면 20분 이동은 기본이고, 서로 약속된 장소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은 둘째치고 채비를 하고 하루에 여러 번 나갔다 오는 일이 정말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주문한 것을 받기 위해,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가야 하다는 생각에 얕은 신경질이 팍! 올랐다. 

'약속을 했으면 시간을 지켜야지! 장사를 이렇게 하면 쓰나!' 

준비된 물건을 받으러 갔고, 이미 정해진 스케줄을 피해 다음날의 시간 조정해야 하기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판매자에게 문의 전화는 계속 오고, 물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의 금액을 계산하느라 나는 이야기하던 도중에 그 자리에서 서성이며 약 5분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5분의 시간 동안 미뤄진 도너츠에 대해서

'주문을 취소해? 말아? 에이 안 먹고 말지! 아.. 애들이 먹고 싶댔는데.. 어후.. 내일 시간 안 맞는데, 어떻게 맞추지?'

별 생각을 하면서 그 앞을 서성였다. 

ㅎㅎ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기기만 하다.. 

집에 받아 들고 온 만두는 3개나 터졌고, 또 불편한 감정이 밀려왔다.. 

'맛없기만 해 봐라..'  

뭐 맛은 So so 였지만, 그저 말없이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결국 3번에 걸친 시간 조정 끝에 다음날이 되어서 나는 다음날 약속 시간을 10분 정도 넘겨 도착한 그분께 그토록 기다리던 찹쌀 도너츠를 받았다.

연거푸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에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주문건 맞추느라 힘들었겠다' 싶었다.

봉투를 받아 들었는데,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래, 이렇게 늦게 받았으니까 따끈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거겠지!" 하면서 아이들 먹일 생각에 마음이 녹았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 이제 안 사 먹어! 만들어 먹고 말지" 하고는 한입 베어 물었는데

아니! 그런데 왜 맛있고 난리!!

 

남아공에서 먹는 따끈한 찹쌀도너츠, 속도 꽉찬 맛있는 한국도너츠 

 

ㅎㅎ 아니, 왜 맛있냐고! 

너무 오랜만에 먹기도 했지만, 따끈한 도너츠 안에 꽉 찬 달달한 팥소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사람 참 단순하다. 

"아 이제 안 사 먹을라고 했는데.. 맛있네.. 허.."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 "와~ 맛있어!! 맛있다" 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니,

담에 또 주문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그러다, 

마지막 도너츠를 한입 베어 문 순간 , 

덜 익은 도너츠은 다시 감정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헐.. 안익었.."

 

 

덜익은 찹쌀도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