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아공 Life

남아공 집 구조, 버글러바 안에 갇힌 에피소드

남아공 집 구조, 버글러 바 안에 갇힌 에피소드 

 

새벽기상을 시작해서 새벽을 깨워 오던 중 한가지 규칙을 세웠습니다.

롱런 하기 위한 방법이었는데요. 

바로 일요일아침에는 새벽기상하지 않고, 늦잠 자기입니다. 

1주일 동안 새벽 4시 30분경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매일을 살아가면서 주말까지 부지런을 떨기에는 제게 조금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주일 중 하루는 새벽 기상을 쉬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덕분에 평일을 열심히 살고 늦잠 잘 수 있는 주일을 기다립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남아공 집의 구조는 대부분의 집이 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방이 한쪽 편으로 몰려 있는 구조입니다. 

심플렉스의 경우 (단층 구조) 방이 안쪽으로 몰려 있고, 거실과 연결되며, 

듀플렉스의 경우 (2층 구조) 방은 2층에 거실과 주방은 아래쪽에 배치된 구조가 가장 많습니다. 

 

남아공의 치안 문제는 많이 대두되었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정도로 많이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집에서 나갈 때도 그렇지만, 들어올 때에는 여러 개의 열쇠로 철장 살 같이 생긴 문을 몇 개는 열고 들어와야 합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집만 해도 뚫고 들어와야 할 문만 3개입니다. 아! 게이트까지 포함하면 4개네요. 

한국에서는 문 1,2개에 전자도어록에 손가락을 얹어 '띠띠띠띠' 누르고 들어오면 되는데, 처음 남아공에 와서 무거운 열쇠 꾸러미를 보고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대체 왜 그 간편한 도어록을 안 쓰는 거지? 이 나라에서 가져다 팔면 대박이겠다!!"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도어록? 그거 여기 강도들이 뜯고 들어오면 끝이지 뭐"라고 이야기하는 현지에 오래 살아온 지인의 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집안에도 방과 거실을 나누어주는 철창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버글러 바'라고 부릅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며 돌아본 집들 중에는 방과 거실을 이어주는 부분에 버글러 바가 설치된 곳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이렇게 설치해 놓은 집은 '시큐리티가 잘 되어 있는 집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무튼, 현재 살고 있는 집에는 버글러 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밤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안전을 위해 문을 하나 더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버글러바 ( 마스크가 주렁주렁) 

혹시나 열쇠를 밖에 두고 문을 잠그면 안에서는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창문 어디도 나올 수 있는 문이 없습니다. 그래서, 열쇠를 안에 한 개, 밖에 한 개 두어서 비상사태를 예비하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두었지요.

 

약 2주 전 일요일 아침,

늑장을 피우고 천천히 일어나서 나오는데 항상 걸려 있던 자리에 열쇠가 없었습니다.

 

전날 저녁 갑자기 예고 없이 전기가 나가는 탓에 9시경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일찍 잠에 들었어요. 밤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 켜있던 스위치 버튼을 미처 못 끌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면 깜깜한 밤 거실이며 주방이며 불이 다 들어와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남편은 전날 새벽 전기가 들어오자 안방이며 거실이며 불이 다 켜져 있어서 문을 열고 나와서 불을 껐다고 합니다.

그때!! 거실에 열쇠를 두고 버글러 바를 닫고 방으로 들어와서 잠을 잔 거지요.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난 저는 이 난감한 상황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생각도 하기 전에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버글러 바의 철장 사이로 저 앞에 약 50미터 정도의 거리의 가구 위에 올려진 열쇠가 보입니다.

굳게 닫힌 문의 열쇠 구멍으로 실핀도 넣어 돌려보고, 클립도 넣어 돌려 봅니다.  애꿎은 문이 몸살을 합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별걸 다 가지고 와서 한 번씩 넣어 봅니다. 

그러다 열쇠 구명 막힐까 얼른 포기를 하고, 

긴 막대가 있으면 해결될 것 같아서 찾아보지만, 어딜 찾아봐도 긴 막대도 없어요. 

철창살 사이로 아이 한 명이라도 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디밀고 발을 뻗어 보지만, 통과될 턱이 없습니다. 

약 10분간의 사투 끝에 빠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이웃집(한국 교민)에 연락을 해서  SOS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안 받더군요. 허허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 중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아주~~~ 다행인 건 방에 있던 제 가방 안에 집으로 들어오는 문의 비상키가 있었습니다.

이웃에게 담을 넘어와서 창문 사이로 비상키를 던지고, 그 키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 버글러 바를 열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느닷없이 이웃이 매트릭스를 찍게 되었습니다. ㅎㅎㅎㅎ

저희는 아침부터 '프리즌 브레이크'를 찍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이웃집이 그다음 날부터 4일간 더반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기에, 만약 저희가 갇힌 날이 그다음 월요일이었다면 정말 답이 없는 상황에 처할 뻔했습니다. 

갇힌 날이 일요일 아침이었음이 어찌나 다행이었던지요 ㅎㅎ 

 

남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가다 보니, 의연함이 생겼나 봅니다. 

처음에는 헛웃음만 나오더랍니다. 

 

남아공에서 가장 중범죄로 생각하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창문을 깨고 침입하는 것이고, 한 가지는 담을 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는 정말 큰 범죄로 여깁니다. 

아마도 이웃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결했을지는 예측해볼 수 없지만, 

창문이라도 깨고 철창을 뜯어야 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이번 일을 겪고 정신 바짝 차리고 문 키 잘 확인해 두자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별일이 다 있습니다. 

 

오늘은 생활 에피소드 한 가지로 포스팅해보았습니다. ^^ 

 

또 다른 이야기 들고 올게요~~ 

항상 글 읽어 주시고, 정성스레 댓글도 달아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 

 

2020년이 이제 10일밖에 안 남았네요

모두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시고 ,  코로나로 염려되는 이 시기를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