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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Life

초등의 달걀초밥

초등의 달걀 초밥 

"엄마! 초밥이 먹고 싶어요" 

 

남아공은 초밥이 저렴하지 않아요~ 

음식점에 가면 항상 팁이 발생하기에 자주 가지 않게 되는 데다, 

코로나 이후로는

일식음식점과 중국음식점에 가지를 못했어요. 

 (한국음식점은 별로 없고, 이곳에서는 잘 가지 않았어요~)

 

저희 아이들은 연어 초밥을 무척 좋아해요~

마트에 가면 연어를 횟감처럼 떠주기도 하고,

부위별로 잘라놓은 연어를 살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못해준 거 같아서 조만간 한번 해줄 참이었지요. 

 

그런데 어제 저녁 11세 된 딸아이가 냉장고를 엄청 열고 닫습니다. 

낮에 피로가 몰려와 침대에 잠시 낮잠을 청했던 제 옆을 왔다가는 기척을 몇 번 느꼈거든요.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제가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는 것을 느끼자 쪼르르 달려와서 두 손을 명치 앞에 모은채 

토끼 같이 말합니다. 

 

" 엄마, 오늘 저녁은 제가 해도 되요? " 

 

WHAT????? 

저녁을 니가 한다고..?? 

 

 " 응? 뭐 할 건데? " 

 

 " 으응~ 계란찜이요~" 

 

 계란찜을 이제 아이에게 너무 쉬운 메뉴가 되었기에 제가 아무런 말없이 승낙을 해줬어요. 

 부시럭 부시럭 저녁을 준비하려고 주방으로 갔는데, 

 냉장고에 남은 달걀 8개 중에 5개를 꺼내서 큰 볼에 하나씩 섞습니다. 

 

 '달걀찜을 하나보네.' 

 그냥 그렇게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엄마 1.5 스푼이면 얼만큼이에요?"

 "밥숟가락 1개 반 왜? 뭐를 넣으려고? 설마 소금을 1.5스푼 넣으려고?" 

 "아니요~ 식초요~" 

 "식초....?????? WHAT??? 식초를 1.5 스푼 넣는다고? 달걀찜에?" 

 

 순간 멘붕이 옵니다.. 

 이녀석 지금까지 달걀찜을 어떻게 했던 걸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초밥을 만들기 위한 사부작 거림이었어요. 

 밥에 섞을 식초의 양을 알고 싶었던 거에요. 

 

 달걀은 찜이 아닌 달걀말이였는데, 불 사용한다고 하면 엄마가 위험하다고 할까 봐 

 둘러댔나봅니다. 

 

여튼 아이는 생각보다 훌륭한 비주얼의 달걀 초밥을 완성했어요. 

밥의 모양이 좀 애매~하지만 ㅎㅎ 

손을 차갑게 해서 열을 식히면서 초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맛도 있었어요! 

덕분에 가족 모두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와사비와 간장을 가져다 놓고 찍어 먹으니 횟감만 아닐 뿐 맛있는 초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었어요. 

제 포스팅을 오랫동안 봐오신 티친님들을 아실 거예요~ 

저희 딸 아이의 꿈이 파티시에라는 것 ^^ 

그래서 이 아이는 그동안 꾸준히~~~

이제는 오븐을 섭렵해서 케이크도 만들고, 카스텔라도 만들고 베이비 슈도 만들어서 대령합니다. 

매주 토요일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베이킹 데이였는데,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못봐줄거라고 생각했는지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아이입니다. 

참.. 엄마인 제가 봐도 훌륭해요. 

모양의 결과나 맛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거보다도 아이의 도전정신과 노력.

그리고 간절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태도에 가끔씩 놀라곤 합니다.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파티시에가 됩니다. 

그리고, 더한 일도 할 수 있을거라고 응원해 봅니다. ^^ 

 

지금 제일 좋은건요 

제가 주방에서 손 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움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