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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Life

삶은 달걀, 그리고 5세의 동심, 언어유희 어록.

삶은 달걀, 그리고 5세의 동심,  언어유희 어록. 

"아하하하하 엄마 저거 할아버지 대~머리 같아! 할아버지 대~머리!"

아침 식사 전 달걀을 삶아 식탁에 내 놓으니 5세 막내 아이가 뜬금없이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에 온 식구가 자지러지면서 웃기 시작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 아이의 외할아버지고 머리가 벗어졌고, 친할아버지도 벗어졌고, 

가까이 이곳 근처에 살고 계신 지인 할아버지도 머리가 벗어졌습니다.

아이의 시선에 할아버지는 모~두 대~머리! 라는 일반화 생긴 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얼른 할아버지는 다 대머리는 아니라고 이야기 해줬지요 ㅎㅎ   

할머버지 머리는 대~머리!

아이의 말 한마디 덕분에 아침 식사 시간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그저 웃음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의 시선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운 데다 사랑스럽게 느껴졌으니까요. 

아이들의 표현은 참 가끔 너무 놀랍고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님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되고, 

또 아이 하나 뿐 아니라, 여럿을 키우신 분들은 더욱더 잘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첫째, 둘째도 고만 했을때 했던 말들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막내인 셋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부모님 마음에 그 아이의 '어록'으로 남습니다. 

아이는 분명 자기의 성장 속도에 맞게 자라고 있는데, 부모의 마음에는 마냥 어린 아기 같은 마음이 들고 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나 할 때마다 신통방통한 마음이 생깁니다. 

이래서, 부모는 '고슴도치'라고 하나 봅니다 ^^ 

 

오늘 이 삶은 달걀 이야기를 꺼낸 김에 막둥이가 남긴 몇가지 어록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1.

어느날 거실 문을 열고 나와 밖에 의자에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는 저에게 아이가 다가와서 주변을 폴짝폴짝거리면서 뛰더니 뜬금 묻습니다.

막둥이 : "엄마! 근데 나무는 어떠케 이러케 (손목에 힘을 빼고 흔들며) 흔들리는 거야?" 

엄   마 :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거야" 

막둥이 : "이러케? (손을 계속 흔들며) 흔들리는 거야? 이거 나무 손이야? 손? "

엄   마 : "으음 그냥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가벼워서 흔들리는 거야~" 

막둥이 : "아~그러쿠나" 

아이의 눈에는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나무의 손 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2. 

하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들어 왔습니다. 

남편 말이 엄마가 나간 사이 일어나서 두 아들이 엄마를 한참 찾았답니다. 

"엄마~엄마? 어디 갔지? 엄마~~~?" 하면서 한 눈에 다 보이는 온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세 남자의 대화: 

막둥이: "형아 ~ 엄마 어디갔지? " 

형아: "글쎄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 엄마가 어디 갔을까??"

아빠 : "엄마 도망 갔어~" 

아이들 둘은 심각해졌답니다.  

엄마가 들어 오자마자 막둥이는 엄마를 보고서는 큰소리로 말하며 와락 안깁니다. 

"엄마아~~~ 어디 갔었어~~? 내가!!! 얼~~~ 마나 걱정했다고~~!"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3.

막내는 음식을 먹을 때 형아 누나 몫을 톡톡히 챙깁니다. 그리고 꼭 같이 먹어야 합니다. 

뭐, 공범을 만드려는 속셈도 있습니다 ㅎㅎ 

테이블 위에 쿠키를 올려놓고, 형아 누나 몫을 따로 세어 둡니다. 

아빠가 지나가면서 쳐다 보자 

" 아빠~ ! 이거 먹지 마 형아 누나 꺼야" 하고 말합니다. 

아빠가 삐진척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자 

" 에이~ 갠차나~ 내가 액션 좀 해본 거야~!"합니다. 

우리 모두 벙쪄서 

"액션이 뭐야? "라고 묻자 아이는 

"응그건 레디 고! 하는 거야, 게임할 때 레디~ 고! "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라 있습니다. ^^ 

 

4. 

하루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앉아서 무언가를 연주하 듯 심각하게 손가락 두 개를 나란히 펴고 건반을 누릅니다. 뒷모습은 이미 베토벤입니다 ㅎㅎ 

건반 몇 개를 누른 뒤 뒤를 돌아 엄마를 보면서 

"엄마! 나으 이런 모습 처음 보지?" 하곤 어깨를 으쓱! 하고 내려옵니다. 

(아니, 많이 봤어 ㅎㅎㅎ)

 

5. 

음식을 만들어서 식탁에 올려 놓자 하루는 뼈 때리는 말을 합니다 

"엄마~ 이거 맛 업떠! 이거 말고 하늘만큼 맛있는 거 해야지!! " 

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하루는 평소 밥 먹을때 돌아다니면서 먹는 요 녀석이 꼼짝도 안 하고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칭찬을 마구 늘어놓자 아이는 한마디 합니다 

"그건! 내가 맛있어서 여기 앉아서 다 ~~~ 먹는거야 , 그러니까 다음에 또 이거 해줘"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입맛에 정직합니다. ㅎㅎ

 

조금 더 어렸을때 부터 말장난을 그렇게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엄마 아빠가 이노무시키! 하고 장난하듯이 자주 이야기하는데, 

이 아이는 이 말을  "음료수치킨?" 이라고 받아들입니다. ㅎㅎ

이놈의 시키  ----> 음료수 치킨

 

또 한 가지는 "하지 마, 하지마 " 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아짐마 아자찌?" 하고 말입니다.

하지 마 하지 마 ----->아짐마아자찌

 

누굴 닮았는지! 아마도 지애비 닮은 놈! 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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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유형 중에

1. 말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놈  2. 말만 잘 듣고 공부 안 하는 놈 

3.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하는 놈  4. 지 아비 닮은 놈!

이 있답니다. ㅎㅎ 

워낙 언어유희를 즐기는 아이라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요 며칠 기억력이 퇴화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ㅎㅎ 

 

부모니까 알아들을 수 있고, 부모니까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오늘은 막내 이야기로 포스팅 한가득 채웠네요. 

이 기록이 훗날 또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도 자라면서 수많은 어록을 남겨왔을 겁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분명 부모님들은 몇 가지를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저희 어린 시절 삶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요 ^^ 

 

부모님들 한번 생각해보세요 ~ 우리 아이 어록 많이 있지 않나요? 

 

오늘 포스팅은 요렇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